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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부사적지 야간 트리조명 설치 자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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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1-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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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연말연시를 맞아 트리조명이 설치된다. 경주시의 주요 거점은 물론이고 예년처럼 동부사적지에도 반짝이는 조명이 설치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에는 동부사적지의 트리조명은 비교적 자제한 듯한 느낌이었으나 아직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지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리조명은 중심상가나 교회에 설치해도 충분하다. 천년 고도의 유적지를 밝히는 은은하고 자연스러우며 격조 높은 조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조명을 덧댄다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야간조명은 장소에 따라 용도에 따라 달리해야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유럽의 건물들은 전반적으로 조도를 낮춰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역사적 가치를 높인다.
 어느 하나 요란스럽거나 지나쳐 눈에 튀는 조명을 찾기란 어렵다. 후진국의 역사유적에도 이 같은 절제된 조명이 적용된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사원, 혹은 공원의 조명은 조도가 낮지만 은은해 그 자체로 품위가 있다.
 반면 홍콩이나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의 도심 조명은 화려함의 극치다. 일루미네이션과 직접 조명으로 첨단 현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도드라지게 표현했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착륙 직전에 하늘에서 그 도시를 바라보면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 도시들의 특성을 조명으로 잘 나타낸 예다.
 경주의 동부사적지는 첨성대와 월성, 동궁과 월지, 교촌 한옥마을 등 조명이 눈부실 정도로 화려해야 할 이유가 없는 유적과 관광지가 모여 있다. 더군다나 그 유적지나 관광지는 이미 설치된 조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경주시는 매년 연말연시에 촘촘한 전구를 매달아 신라의 문화유산이 가지는 격조를 훼손했다.
 이런 잘못된 조명 설치는 중국에서 왕왕 볼 수 있다. 예컨대 시안의 시내 한복판에 있는 명나라 성곽의 윤곽을 조명으로 표시해 촌스럽고 유치하게 보이도록 했다. 간접조명을 통해 그 성곽이 은은하게 보였더라면 시안의 도심 분위기는 훨씬 세련되고 포근해 보였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중국의 대형 음식점이나 술집들은 사시사철 트리조명과 다를 바 없는 전구들을 휘감아 야하고 천박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올해는 제발 경주시 동부사적지에 요란하고 수준 낮은 야간조명 설치를 자제해 주기 바란다. 경주는 이미 국제적인 수준의 관광도시이며 역사문화도시다. 그 위상에 걸맞은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 트리조명은 도심 한가운데, 중심상가에 설치하고 유적지 주변에 설치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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