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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남성 여행객의 부끄러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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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3-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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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병사가 베트남에 주둔하면서 현지의 여인과 결혼을 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맺고 살다가 아이를 낳았지만 전쟁 이후 귀국 한 후 한동안 한국인의 베트남 입국이 금지되면서 '라이 따이한'이라는 말로 불리는 아버지와 생이별한 자식들이 베트남의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개방 이후 한국의 아버지들은 베트남을 찾아가 자신의 혈육을 챙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종전 후 한국에서 결혼해 정착하면서 인연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또 다른 '뉴 라이 따이한'이 생겨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베트남 현지에 사업체를 일으켜 살면서 현지 여성과 결혼해 살다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일시적으로 귀국했지만 다시는 재기하지 못한 이들에게서 생긴 자식을 얘기하는 '뉴 라이 따이한'은 심심찮게 보도를 통해 문제가 됐다. 더러는 아버지를 찾아 한국을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들이 가족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이 같은 현실은 한국의 남성들에게만 생긴 일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인들에게도 심심찮게 일어난 비극이다.
 
최근 한국 남성이 필리핀에서 성매매를 하고 떠난 뒤 태어난 필리핀인 '코피노'에 대한 외신 보도가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 현지 언론이 아니라 영국의 영향력 있는 매체인 가디언에 소개됐다. 지난 2일 가디언은 한국을 비롯해 각국 남성이 필리핀에서 '성매매 관광'을 한 뒤 낳고 간 필리핀 아이들에 대해 다뤘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 자신의 아버지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필리핀 관광청에 따르면 매년 47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필리핀에 오는데, 이중 120만명은 혼자 오는 남성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적은 한국, 미국, 중국, 호주"라고 전했다. 한국 남성이 성매매 관광객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디언이 기사로 소개한 필리핀의 현실은 한국인의 부끄러운 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코피노'는 대부분 편모 가정에서 극심한 가난과 사회적 냉대 속에 자라 필리핀의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와 관련해 코피노의 아버지를 추적하는 한국 사이트 '코피노 파더'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여행자유화가 되고 난 후 동남아시아나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을 두고 한 때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모두 성매매와 관련된 표현이었다. 물론 지금은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 문제는 오랫동안 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남성의 이미지로 따라다닐 형편이다. 여행자의 태도는 국격을 설명한다. 지나친 오만과 부도덕한 여행 행태는 한 나라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것이다. 자중하고 자중할 일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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