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방폐장, 완공 1년여 만에 설비 고장이라니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경주방폐장, 완공 1년여 만에 설비 고장이라니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6-05-03 20:55

본문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의 일부 설비가 설치 1년여 만에 고장을 일으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완공당시 40년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의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따르면 경주 방폐장에 설치된 총 8개의 배수펌프 중 7개가 설치 완료된 지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됐다. 또 배수펌프와 연결된 배수배관 일부의 안쪽 벽에 이물질이 과도하게 끼는 문제도 생겼다.
 문제의 배수펌프는 방폐장 안전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 방폐물을 넣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사일로를 비롯한 처분시설의 대부분은 땅 속에 건설된 관계로 물을 제대로 퍼 올려 지상으로 배출시키지 않으면 지하수가 시설을 부식시키거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배수펌프의 부식은 완공 전부터 일부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방폐장이 해안과 가까운 데다가 처분시설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지하수를 통해 해수의 염소 성분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었다. 일반 지하수보다 해수에는 염소 성분이 더 많은 것은 상식이고 공단의 측정결과에서도 이미 방폐장 배수 시스템을 통해 배출되는 지하수 내 염소 농도가 리터 당 753㎎로 당초 설계과정에서 예상한 농도, 20㎎ 안팎의 38배에 가깝다는 것도 입증된 바 있다.
 방폐장의 일부 설비도 여타 공장의 설비처럼 고장을 일으킬 수는 있다. 하지만 방사능 유출이나 지하수 오염으로 지역민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운영주체는 반드시 예견된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이번 경우처럼 쉬쉬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보고나 동의를 구하지도 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면 문제가 있다.
 문제가 불거진 후 공단이 취한 태도는 더 큰문제다. 공단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배포한 해명자료에서도 "펌프와 배관을 포함한 배수시스템은 방폐물과의 접촉이나 방사성물질 노출 등이 없어 안전과 직결된 '핵심 설비'가 아닌 '일반 설비'로 분류되어 있어 규제 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점검 후 필요한 보수나 교체 등을 진행하면 된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공단이사장이 "운영 과정 일부에서 관리가 부실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과도 배치된다. 한마디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들 특히 경주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하루 1700t씩 지하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책임지는 기관은 없다. 규제기관은 방폐장 관련 안전 규제를 보강해야하고 공단은 문제만 터지면 쉬쉬하려는 홍보팀을 전면 교체해 대국민 소통채널을 넓혀야 한다. 변명만 늘어놓다가는 이솝우화의 늑대와 양치기소년의 이야기가 재현돼 아무것도 믿으려들지 않을 수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