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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의 탈권위 이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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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6-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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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치러진 경주시의 현충일 추념식은 그동안의 어떤 행사에서 보지 못한 진정성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동안 기관단체장들이 앉았던 행사장 앞자리와 중앙자리에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앉았다. 행사의 주제에 따라 그 행사의 주인이 따로 있는 법이고 어떤 행사든 주인이 우대를 받는 풍토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행사의 호스트가 주인공이 아닌 이상 좌석의 앞자리와 가운데 자리는 주인공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비워줘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그런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새로운 정부가 탈권위적 행보를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중에 경주시가 보여준 이 같은 조치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동안 무수한 행사에서 주인공은 뒷자리에 앉아 있고 가장 앞자리에는 기관단체장과 시의원들이 버젓이 앉아 있었다. 심지어 시의원들은 자신들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짜증까지 냈다. 시민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고 그 자리에 초대된 행사 주인공들은 머쓱해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행사에서 내빈소개를 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시장에서부터 시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일이 호명되고 기관단체장은 물론 행사에 참석한 동정자문위원까지 소개된다. 행사 본연의 주제보다 내빈으로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내기가 더 우선시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 모습은 행사 주관부서나 단체의 의전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매뉴얼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어느 유럽국가의 대통령은 예술행사의 내빈으로 참석해 조용히 앉아 있다가 축사도 거절하고 뒷자리에서 박수만 열심히 쳤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바로 그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대통령이나 시장,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은 국민들의 윗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어우려져 국민들 속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이제는 그 모습을 지양해야 한다. 대통령도 낮은 경호를 하고 권위의 겉옷을 벗어던졌다. 최양식 경주시장의 이 같은 조치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진 기관단체장이나 정치인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 관행을 벗어나야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주인공이고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은 그들의 뜻을 받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그것이 진리다. 지켜지지 않는 진리는 의미가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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