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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사면론 띄운 이낙연…대선 승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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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 작성일21-01-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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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대표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북신문=이인수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띄움에 따라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보수 정당에서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여권에 있어서 '금기어'로 취급돼 왔다. 핵심 지지층의 거부감이 워낙 컸던 탓이다.

그럼에도 여권 최고위급 가운데 이례적으로 이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한 것은 '국민통합'을 키워드로 대권가도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한 뒤 기자들이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의사에 대해 묻자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신축년 신년사에서 국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극복과 미래로의 전진을 언급하며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고 최선을 다해 전진과 통합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는데 이같은 국민통합의 차원에서 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면 건의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서는 "법률적 상태나 시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법률적 상태'를 거론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刑)이 확정된 이후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실소유 의혹 관련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된 상태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 공천 개입 관련해서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국정농단 사건과 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파기환송심이 지난 7월 총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941년 12월19일 생인 이 전 대통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한국 나이로 96세까지 옥살이를 해야 한다. 1952년 2월2일 생인 박 전 대통령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한국 나이로 88세가 돼야 출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가 때때로 제기돼 왔지만 여권에서는 지지층의 반대 등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여권 고위급에서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 5월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연장이라는 세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개혁 자체의 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사면론을 꺼내든 게 거의 유일했다.

다만 이는 그가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는 퇴임 시점에서야 꺼낼 수 있는 말이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요구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든 것은 극심한 진영 갈등 속에서 국민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자신만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협치'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며 거여(巨與)의 밀어붙이기를 주문하는 상황에서도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의 우분투(ubuntu) 협치를 화두로 던진 바 있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련의 협치 행보에 사면론까지 더해 국민통합을 자신만의 대선 어젠다로 가져감으로써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특히 두 전직 대통령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에 가까운 형량 때문에 보수층 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일부 동정 여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도층 지지를 가져오는 회심의 카드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사면론을 띄워 대야(對野) 관계를 개선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대선판에서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승부수가 될 수도,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당내 유력 경쟁자인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사면 금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 경선에서 사면론을 둘러싼 양측의 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면론은 그 자신의 대선 승부수를 넘어서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 확보용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지난달에만 문 대통령과 두 번 독대를 했다는 점에서 모종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에서 기인한다.

뉴시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수행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36.6%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59.1%에 달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임기 후반부 감소 추세인 지지율을 끌어올려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먼저 건의의 형태로 전직 대통령 사면을 띄우면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도 사면 가능성을 닫아 놓고 있지는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5월 취임 2주년 KBS 특집 대담에서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두 분의 전임 대통령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내 전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언급했다.

이는 두 전직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면 사면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말한 '법률적 상태 등을 고려한 적절한 시기'가 오면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것과 부합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문 대통령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이 대표의 얘기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없던 내용"이라며 "공식적인 건의부터 이뤄진 뒤에야 추후 논의를 하든말든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개각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최근 두 차례 문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적어도 이 대표 차원에서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추후 논의 가능성조차도 가변적으로 남겨둔 것은 '의식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형 확정 전에 사면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뉴시스
이인수   lis6302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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