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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생활칼럼] 가슴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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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혜식 작성일21-02-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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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김혜식흔히 어느 인물을 칭송 할 때 신언서판 身言書判을 들먹이곤 한다. 다 알다시피 신언서판 身言書判 은 신수 ·말씨·문필·판단력을 이른다. 이때 신身을 보고 언言을 보고 서書를 보는 것도 종내에 이르러선 판判을 보기 위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중 판判에 따른 덕德 및 혜慧에 해당하는 일이 있어 인상 깊다. 다름 아니고 얼마 전 지인이 외동딸의 배필감이 정해졌다며 못내 기뻐한다. 필자 역시 미혼인 딸이 셋이나 있지만 사윗감을 선뜻 고르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지인의 딸은 그동안 인연을 못 만나 사십 가깝도록 결혼을 못하고 있었다. 마침 주위 사람의 중매로 어렵사리 한 남성과 선을 보는 자리였단다. 그날 남자 측에서 어인일인지 약속 시간보다 이십여 분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단다. 이 때 지인의 딸이 약속 시간이 늦는 상대방에게 적잖이 실망할 즈음이란다. 헐레벌떡 한 청년이 저만치 길 건너 횡단보도에서 뛰어오는 모습이 커피숍 창밖으로 보이더란다. 그리곤 그는 이내 약속 장소인 커피숍 안까지 숨차게 한달음에 달려오더란다.
   지인 딸은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여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 청년의 모습에서 순간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 했다고 한다. 그리곤 선을 본 후 지인 딸이 집으로 내려올 때, 그 청년은 자신이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에 마음이 쓰였었는지 고속전철 표를 끊어줬단다. 지인 딸은 이렇듯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 진심으로 미안 해 하는 그 청년의 마음에 반하여 끝내는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만약 그날 지인의 딸이 상대방이 베푼 친절이나 혹은 사소한 행동을 당연한 처사나 또한 행할법한 행동으로 판단했다면 어쩌면 이 결혼은 또 무산 됐을지도 모른다. 또한 젊은이가 지인 딸에게 소소한 일이지만 차표를 안 끊어줬더라면, 혹은 약속 장소에 거드름을 피우며 느긋한 태도로 도착했더라면 자신의 감춰진 매력이 상대방 가슴을 뒤흔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깟 고속전철 차비야 돈으로 치자면 불과 몇 만원 안팎이다. 시간이 급하면 누구나 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청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지혜와 자신의 겸손함 및 성실성을 지인 딸에게 진정으로 내비쳤던 것이다. 지인의 딸은 그 청년과 첫 만남에서 대화를 나누어 보니 소탈하고 꾸밈없는 성격이 무엇보다 호감이 가더란다. 그동안 몇 몇의 남자들과 선을 보아온 경험이 있는 지인 딸이란다. 개중엔 샤프한 외양과 명석한 머리를 지닌 남자도 있었단다. 하지만 몇 번 만남을 가져본 결과 끊고 맺음이 너무 분명하여 종잇장처럼 매끈하고 때론 차가워 이기적인 경우가 많더란다. 본래 가슴은 냉랭하고 두뇌만 좋으면 혜慧가 부족하여 덕德이 없는 편이다. 대부분 혜慧가 부족한 사람을 만나보면 덕복德福도 상당히 결핍됐음을 느낀다.
   인생의 고수라고도 칭할만한 미국의 워렌 버핏은 돈을 버는 방법도 남과 다르지만 돈을 쓰는 방법에도 탁월한 내공을 지녔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기도 했는데, 비결은 남다른 판단력이었다고 한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식을 매입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잠재우는 게 그것이었다. 그런 기다림은 순전히 그의 현명한 판단력에 의해서다.
   대부분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실패 하는 원인이 과연 어떤 주식이 가치가 있는 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결여된 게 사실이다. 그래 주식을 사놓고도 갈팡질팡 하기 예사다. 워렌 버핏은 달랐다. 자신이 판단한 일에 뚜렷한 확신을 지닌 채 오랜 세월을 묵묵히 기다릴 줄 알았다.
   어디 이뿐인가. 워렌 버핏은 복도 지닌 사람이다. 무려 36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금액을 사회에 선뜻 환원 하였다. 그는 그야말로 부富와 복덕福德을 다 갖춘 지혜로운 인물임에 틀림없다. 워렌 버핏과 견줄만한 또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지닌 슬기로움에서 새삼 인생의 해법을 찾아볼까한다.
 다름 아닌 슬랩스틱 코미디로 유명하고 그의 코미디 극을 보고 마냥 웃던 아인슈타인을 나중엔 급기야 울렸다는 채플린이 그다. 차동엽이 쓴 '무지개 원리' 라는 책 내용에 의하면 그가 무명 시절 철공소에 일할 때란다.
   어느 날 그곳 사장이 그에게 빵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채플린이 사온 빵 봉지 속엔 빵과 함께 와인 한 병이 들어있었다. 사장이 채플린에게 와인을 사온 이유를 묻자," 일을 마치신 후 사장님은 항상 와인을 드시곤 하시던데 오늘은 와인이 떨어진 것 같아 제가 둘 다 사왔습니다" 채플린의 이 말에 가슴이 몹시 흔들린 사장은 그의 일당을 두둑하게 올려줬다고 한다. 훗날 채플린을 세계적인 희극 배우로 출세시킨 일화지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채플린은 사소한 일 하나에도 마음과 혼신을 다하는 지혜를 지녔다.
   이로보아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건으로는 웅숭깊은 덕德과 혜慧다. 이것을 제대로 갖춘다면 성공가도를 달릴지도 모른다. 사람의 명성, 명예도 결국은 사람에 의하여 인정받고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필가 김혜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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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